복잡한 한국의 정당체계

  오늘 아침 신문을 읽다가 '유시민 전 장관, 친노신당 입당계획' 이런 기사를 봤다. 이걸 보고 문득, 오늘은 한국의 정당체계에 대해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재보궐선거의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서 마침 정당에 대한 관심도 높은 때이다.

  한국의 선거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와 비례대표제를 같이 사용하고 있다. 소선거구는 한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인만을 낸다는 의미고, 단순다수제는 여러 후보 중 1등을 하면, 득표율이 아무리 낮아도 당선되는 방식이다. 만약 11명의 후보가 나와서 10%를 얻고, 나머지 10명이 각 9%씩 얻을 경우, 10%는 말도 안되게 낮은 득표율이지만 당선인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선거 방식 때문에 여러 문제가 생기지만, 오늘의 글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정치학에서는 듀베르제(Duverger)의 법칙이라는 이론이 있다. 선거방식과 정당체계에 대한 내용이다. 소선거구의 경우 단순다수제를 사용하면 양당제가, 결선투표제(50%+1의 득표를 해야 당선되는 방식)는 연합된 다당제를, 비례대표제(정당별 득표율에 따라서 의석을 배분)는 독립된 다당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정치학 분야에 참 많은 이론과 정리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법칙'이라고 불리는 것은 이 것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위 법칙이 적용되기 위해선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제 1당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제 3당이 지역 정당이 아니어야 한다. 둘째, 사회적 균열이 적어야 한다(아래에 자세히 설명). 셋째,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내용을 한국 정당에 적용해보자. 현재 한국의 정당 중 '대정당'이라 불릴만한 것은 두 당이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다. 그 중에서도 한나라당의 의석이 특히 많은 것은 듀베르제의 법칙이 어느정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외 군소 정당들도 많이 있다.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이다.

  자유선진당의 경우 충청도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존재할 경우 듀베르제의 법칙이 온전히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각각 경상도, 전라도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의 색을 가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과거에 비해서 지역적인 색채가 많이 엷어지긴 했지만.

  민주노동당의 경우 '사회적 균열'에 해당한다. 지역 정당도 크게 보면 사회적 균열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적 균열이란 사회 전체가 통합적이지 않고 여러 덩어리로 나뉘어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경상도와 전라도의 분열로, 그를 대표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생겼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분열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존재한다. 자유와 평등의 분열로 한나라당과 진보신당이 존재한다. 이처럼 사회가 통합적이지 않고 균열이 심하다면, 각 균열을 대표하는 정당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듀베르제의 법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유시민씨가 친노신당에 입당한다고 한다. 친노신당은,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사회적 균열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내가 우리나라의 여러 정당들에 바라는 것은, 창당할 때는 명확한 정체성을 가졌으면 좋겠고, 잠깐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냉큼 해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미국의 민주당은 건국 직후에 창당된 후에 현재까지 존속해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이다.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늦게 창당되었다. 미국의 약 300년에 이르는 역사동안, 공화당이 몇십년간 장기집권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꾸준히 활동을 해왔으며, 결국 2007년에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성과를 냈다.

  우리나라에서 여당이 그렇게 장기집권했을 때, 야당은 합종연횡을 반복하며 자신들의 명확한 정체성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그 것은 일반 시민들이 정당에 대해 같는 신뢰를 더 떨어뜨리는 자살행위다. 정치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정치, 의회, 정당이 욕먹는건 나름 가슴아픈 일이다. 물론, 정당은 국민들이 서로 때리고 싸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기들끼리 싸울 수는 있다. 그래도 명확한 이유와 정체성을 가져야만 국민들의 지지를 획득하고 결국엔 최종 목적인 집권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by 야화 | 2009/10/20 17:59 | 시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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